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가격은 그대로, 양은 줄어드는 꼼수 마케팅 구별법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어? 내가 알던 그 맛, 그 양이 아닌데?"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과 즐겨 먹던 냉동 만두를 샀을 때의 일입니다. 분명 예전에는 한 봉지를 뜯으면 프라이팬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탓인가 싶어 포장지 뒷면을 확인해 보니, 예전에는 450g이었던 용량이 은근슬쩍 400g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가격은 예전 그대로 둔 채 말이죠.

고물가 시대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격표의 숫자를 올리면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구매를 포기할 것을 알기에,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은밀하게 다른 것을 덜어내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눈을 속이는 대표적인 꼼수 마케팅인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의 실체를 파헤치고, 마트 진열대 앞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작아진 꼼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줄어들다(Shrink)'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인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곳은 과자와 가공식품 코너입니다. 5개가 들어있던 핫도그 팩이 어느 날 4개입으로 바뀌거나, 참치캔의 용량이 150g에서 135g으로 줄어드는 식입니다. 기업들은 주로 '패키지 리뉴얼', '새로운 디자인', '먹기 편한 사이즈'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용량 감소의 사실을 교묘하게 가립니다. 소비자는 결제할 때 가격표의 숫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돈을 내고 더 적은 양을 구매하는 '은밀한 가격 인상'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


2.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슈링크플레이션이 양을 줄인다면,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굴다(Skimp)'라는 뜻처럼 제품의 질(Quality)을 떨어뜨리는 더 교묘한 수법입니다. 양과 가격은 그대로지만, 원재료를 더 저렴한 것으로 대체해 버립니다.

제가 가장 크게 실망했던 것은 자주 사 먹던 초콜릿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지 않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성분표를 보니, 고가의 '카카오버터' 대신 저렴한 '팜유(식물성 유지)'로 원재료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100% 과일 주스에 정제수 비중을 높이거나, 마요네즈의 올리브유 함량을 대폭 줄이는 등 스킴플레이션은 소비자의 미각과 건강까지 직결되는 문제지만 겉보기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속아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오렌지주스와 포도주스


3. 내 지갑을 지키는 3초 확인법

이러한 꼼수 마케팅에 당하지 않으려면, 쇼핑 카트에 물건을 담기 전 딱 3초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단위 가격 확인하기: 대형마트 가격표 구석에는 작게 '100g당 00원', '10ml당 00원'이라는 단위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제품의 전체 가격이나 화려한 1+1 딱지에 현혹되지 말고, 이 단위 가격을 기준으로 타사 제품과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뉴(New) 패키지' 의심하기: 포장지에 '새로워진', '리뉴얼', '더욱 깔끔해진' 같은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면 십중팔구 용량이 줄었거나 원재료가 저렴한 것으로 바뀌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뒷면 원재료명 체크하기: 식품을 고를 때 앞면의 화려한 연출 사진 대신 뒷면의 '원재료명 및 함량'을 먼저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성분은 가장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표기되므로, 예전과 원재료 순서가 바뀌지 않았는지 체크해 보세요.


쇼핑카트


핵심 요약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이나 개수를 몰래 줄이는 꼼수 인상입니다.

스킴플레이션은 양은 유지하되, 카카오버터를 팜유로 바꾸는 등 원재료의 품질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입니다.

마트에서는 반드시 전체 가격이 아닌 '단위 가격(10g당 가격 등)'을 비교하고, 포장지 뒷면의 원재료명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 편 예고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을 피해 좋은 상품을 고르는 눈을 가졌다면, 이제 장을 보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차례입니다. 이어지는 5편에서는 '대형마트와 동네 식자재마트 비교: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품목별 구매 팁'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최근 여러분이 마트에서 즐겨 사던 제품의 양이 줄었거나 맛이 미묘하게 변했다고 느낀 제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댓글

가장 많이 본 글

중고 거래 플랫폼 이슈: 안전한 거래를 위한 사기 유형과 예방법

무지출 챌린지의 이면: 극단적 절약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지속 가능한 대안

[스마트 소비 10편] 싼 게 비지떡? 알리·테무·쉬인 직구 전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생활 금융 1편] 신용점수 빠르게 올리는 실전 팁과 마이너스 통장 똑똑하게 관리하는 법

[스마트 소비 2편] 디토(Ditto) 소비 트렌드: 나도 모르게 남을 따라 사는 심리 분석

[스마트 소비 8편] 로컬 푸드와 직거래 장터 이슈 유통 마진을 뺀 신선 식품 구매 가이드

[스마트 소비 5편] 대형마트 vs 동네 식자재마트: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품목별 구매 공식

렌탈이 유리한 가전, 구매가 압도적인 가전 완벽 가이드 (ft. 정수기, TV)

[스마트 소비 9편] 텅장 만드는 '시발비용', 감정 소비를 이성적 소비로 바꾸는 3단계 방법